비밀
계약은 끝났다
마지막 비밀 통로를 빠져나오는 남자의 머리가 하얗다
이마에선 설산의 계곡물이 뚝뚝 떨어진다
산허리에 새긴 길이 구불구불하다
잃어버린 여자를 찾아 설산을 오르는 남자,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지고
돌아설 듯 다가오기를 거부하는 여자
안개 낀 절벽에서 서로 춤을 춘다
춤추는 자리마다 꽃이다
비밀의 문은 어디인가요
맨발로 설산을 험는 여자
대답 없는 매아리만 짊어오는 남자
미끄러운 허공에 찍힌 이름을
삭제할까요,
시간이 없어진 설산에서
그들은 영원을 살고 있다
박정선 시인
충남금산 출생
공주교육대학
한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2010년 호서문학 신인상 수상
시집 ‘라싸로 가는 풍경소리’, ‘잉크가 마르기 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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