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983)
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983)
  • 김정숙 기자
  • 승인 2023.04.23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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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이끌어 준 10 가지 말씀(16)

내 삶을 이끌어 준 10 가지 말씀(16)

교회에 노인들이 모이고 유년주일학교가 성황을 이루게 되니 활기가 도는 분위기로 바뀌어 갔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는지라 나는 성탄 잔치가 마을 잔치가 되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구약성경 〈에스더서〉로 연극을 하기로 하고 에스더서 본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되도록 많은 어린이들과 청년들을 참여시키는 대본을 만들어 밤마다 교회당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는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어린이들이 연습하러 올 때 각자가 집에서 감자 하나씩 가져오게 하여 연습 도중 간식을 만들어 먹고 연극 연습, 합창 연습, 장기 자랑 등으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연습할 때부터 날마다 축제가 되게 하였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오자 〈오시라! 즐기시라! 예수님의 생일잔치에〉 라고 쓴 포스터를 만들어 어린이들로 각자 자기 마을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붙이게 하였습니다. 이 일을 교사들이 하지 아니하고 어린이들이 직접 하게 하였습니다.

드디어 성탄절이 와서 잔치가 열렸는데 마을 분들이 너무 많이 와서 교회당 벽이 무너질 정도였습니다.

말씀 3 〈이사야서 61장 1절~4절〉

그렇게 교회가 활력이 생겨나니 마을도 활기가 도는 것 같았습니다. 해가 바뀌고 신학교 입학철이 되자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워커힐 부근에 있는 장로회신학대학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학하여 3년간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내가 입학하였던 1969년에는 40명이 신입생이었습니다. 동기생들은 자부심이 대단하였습니다. 장차 한국교회와 나라의 영적 지도자가 되겠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지니고 열심히 기도하고 신학 공부에 전념하였습니다.

그런데 첫 학기 시험 치는 시간에 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험 치는 도중에 분위기가 이상하여 주위를 돌아보았더니 동기생들 중에 몇 분이 컨닝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장차 영적 지도자들이 될 사람들이 컨닝을 하다니 이런 짓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 망할 노릇이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대학 졸업 후 모교에서 철학과 조교로 있으면서 교수님들을 도왔습니다. 조교가 하는 일이 시험 감독을 하고 점수를 매기고 철학과의 잡다한 심부름 하는 역할을 하는 일입니다. 내가 철학과 후배들의 시험 시간에 감독을 하노라면 철학도들은 컨닝을 하지 않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자존심이 있는 것이지 어찌 불명예스럽게 컨닝을 할 수 있겠습니까?

컨닝은 경영과나 행정과 같은 잡과생들이 하는 거이지 철학도들은 컨닝하는 거 아니란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철학 중의 철학인 〈예수철학〉하는 신학도들이 컨닝을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앞에 나가서 동급생들에게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내가 시험 치는 도중에 보니 우리 중에 컨닝 하는 분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러지 맙시다. 우리가 모두 장차 이 나라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갈 영적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아닙니까? 다음 시간부턴 그러지 맙시다.〉

그랬더니 내 말에 공감을 표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 급우가 일어서더니 불쾌하다는 어투로 말했습니다.

〈아니 김 전도사가 등록금을 댄 것도 아니고 우리의 감독자로 세운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각자 알아서 할 일이 아니요.〉

그 발언으로 우리 클래스가 편이 갈라졌습니다. 말하자면 컨닝파와 비컨닝파로 갈라진 셈입니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종교가 제도화 되게 되면 이런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에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신학교를 계속 다녀 목사 면허증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중도에 그만 두고 평신도로 전도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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