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
명절을 맞으니 모두들 고향 찾는 발길이 바쁘다. 수도원 식구들도 명절 쉬러 집으로 가고 호젓하기만 하다. 나는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때는 시집을 읽는 버릇이 있다. 오늘은 시인 박인환의 시를 읽었다. 박인환은 강원도 인제 사람으로 무언가 삶의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시들을 남겼다. 그가 시에 담은 슬픔과 외로움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슬픔이고 외로움이다. 그의 시중 읽을 적마다 마음에 닿는 시 < 세월이 가면 >을 적는다.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마음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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