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불혹
<시>불혹
  • 임화신 기자
  • 승인 2015.05.05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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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시인. 문학가

       불혹

 

성질 한번 고약했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한가한 오후,

낮달 뜬 그늘에 앉아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너의 설익은

자줏빛 흰 옷을 벗겨내자

반질반질 미끈한 육 쪽 자태가

새색시처럼 얼마나 곱던지

너를 초절임 항아리에 부어버렸지

밤마다 발버둥 치며

어찌나 울어대던지

항아리 속, 물거품만 되고 말았지

그렇게 사십여 일이 지났을까

알싸하게 까칠했던 네가

곰삭아 아삭하게 씹히는 것이

내 혀끝을 녹이고 말았지

감추고 싶어도 곰삭아버린 너

 

 

 

- 박정선 시인, 문학가

- 충남 금산 출생.

- 공주교육대학교/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2010년 『호서문학』등단.

-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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