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 시인. 문학가
불혹
성질 한번 고약했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한가한 오후,
낮달 뜬 그늘에 앉아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너의 설익은
자줏빛 흰 옷을 벗겨내자
반질반질 미끈한 육 쪽 자태가
새색시처럼 얼마나 곱던지
너를 초절임 항아리에 부어버렸지
밤마다 발버둥 치며
어찌나 울어대던지
항아리 속, 물거품만 되고 말았지
그렇게 사십여 일이 지났을까
알싸하게 까칠했던 네가
곰삭아 아삭하게 씹히는 것이
내 혀끝을 녹이고 말았지
감추고 싶어도 곰삭아버린 너

- 박정선 시인, 문학가
- 충남 금산 출생.
- 공주교육대학교/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2010년 『호서문학』등단.
-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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