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 시인. 문학가
찔레꽃 다비식
찰나에
뜨거운 불길은
그녀의 뼛속에 불심까지
하얀 재로 토막 내버렸다
타다만 그녀의 허벅지에선
밤이 새도록
톡 톡 타 닥 토 닥
질긴 인연의 끈을 태웠다
벌어진 그녀의 입에선
물비린내가 났다
그날 밤
찔레꽃은
더 하얗게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새벽까지
타지 못한
축축하게 붉은 꽃잎은
계곡물을 따라 다시
산 아래
아래로 흘러갔다
비는 그치고
눈곱만한 사리하나 없었다
사람들은 까마귀 쪼아 먹은
늙은 비구니 불심을 의심했다
어디선가
긴 혀를 낼름거리며
스르륵 법당으로 기어들어가
하얗게 허물 벗어놓고 나오는 꽃뱀
5월 담장을 넘어온 그녀의 향기는 지독했다.

- 박정선 시인, 문학가
- 충남 금산 출생.
- 공주교육대학교/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2010년 『호서문학』등단.
-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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