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찔레꽃 다비식
<시>찔레꽃 다비식
  • 임화신 기자
  • 승인 2015.05.1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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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시인. 문학가

찔레꽃 다비식

 

찰나에

뜨거운 불길은

그녀의 뼛속에 불심까지

하얀 재로 토막 내버렸다

타다만 그녀의 허벅지에선

밤이 새도록

톡 톡 타 닥 토 닥

질긴 인연의 끈을 태웠다

벌어진 그녀의 입에선

물비린내가 났다

그날 밤

찔레꽃은

더 하얗게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새벽까지

타지 못한

축축하게 붉은 꽃잎은

계곡물을 따라 다시

산 아래

아래로 흘러갔다

비는 그치고

눈곱만한 사리하나 없었다

사람들은 까마귀 쪼아 먹은

늙은 비구니 불심을 의심했다

어디선가

긴 혀를 낼름거리며

스르륵 법당으로 기어들어가

하얗게 허물 벗어놓고 나오는 꽃뱀

5월 담장을 넘어온 그녀의 향기는 지독했다.

 

 

 

- 박정선 시인, 문학가

- 충남 금산 출생.

- 공주교육대학교/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2010년 『호서문학』등단.

-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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