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 풀’을 주제로 하고 ‘조상의 슬기와 숨결을 찾아서’, ‘저잣거리 마실가자’를 슬로건으로 한 제15회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가 지난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송악면 외암민속마을과 저잣거리에서 다양한 재연·시연·체험·전시 프로그램으로 개최돼 많은 관광객들의 호평을 받은 끝에 성료됐다.
특히 이번 짚풀문화제는 외암민속마을과 개울을 사이에 두고 새로이 조성된 저잣거리에서 동시 개최돼 체험·재연·전시 프로그램 장소와 먹거리장터가 분리됨으로써 이전까지 혼잡하고 무질서했던 축제장이 정리돼 한결 깔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먹거리장터 등이 빠져나간 공간 만큼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행사차량과 마을주민·관광객들의 차량이 무질서하게 마을 내를 누비면서 관광객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심지어는 진행 중인 행사까지 방해하는 등 폐해가 속출해 시정해야 할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외암민속마을은 특성상 대형무대 보다는 마을 내의 소규모 마당 등이 공연무대로 제격이다. 따라서 대규모 출연진이 동원되는 무대 보다는 소규모 인원 및 장비가 소요되는 공연이 제격인데 그런 점에서 첫날 가장 먼저 공연을 시작한 어린이극 ‘하늘나라 요술부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어린이극은 첫날 공연부터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부부 가족들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축제기간 중 도합 여섯 차례의 공연 마다 매번 입추의 여지가 없이 관광객들이 들어차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개막식에서 공연된 리듬파이트, 코리아환타지, 축제의 파노라마를 연주한 두드락이나. 국악비보이 S-FLAVA, 알찬국악단의 소리한마당과 폐막식에서의 남사당놀이 등은 남녀노소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환호를 보냈다.
또한 극난 아산의 광대놀이극 ‘솔산광덕이야기’, 극단 설화의 퓨전세미악극 ‘조선연애사’, 전통타악예술단 연풍의 ‘사물판굿’, (사)남도민요보존회 충남도지회의 ‘우리소리 우리멋’, 아산시여성풍물단 두드림의 ‘타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공연도 좋은 반응을 받았다.
다만, 일부 규모가 큰 공연의 경우 협소한 주무대 공간으로는 비좁아 출연자와 관람객이 섞이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출연자가 마음껏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내년 행사부터는 장소 조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이나 폐막식을 굳이 현재의 주무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고 널찍한 저잣거리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짚풀문화제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로는 역시 관혼상제가 제격이다. 전통성년례에서부터 전통혼례, 전통상례, 전통제례(불천위외암이간선생 숭모제)까지 한 사람의 생애의 전 과정이 재연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도 각 행사 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는데, 다만 전통제례에서는 예년에 비해 제례 참석자수나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원인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설체험 부문에서는 추수 후의 논에 조성한 짚풀놀이터가 큰 인기를 모았는데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되새김질로서도 훌륭했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비교적 안전한 놀이터로서 각광을 받았다. 다만 짚풀과 관련된 놀이 종류를 좀더 확대해서 다양화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그러나 상설체험 프로그램은 여러 곳에 분산돼 열려 장소를 찾기 어려워하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다. 요소마다 현재 보다 더 간략화하고 큰 안내도가 필요해 보였다.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장소에서도 안내판이 작아서 제대로 찾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어 눈에 띄게 했으면 좋겠다는 제언도 있었다.
저잣거리의 공연행사 중 독보적인 것은 ‘천무극’ 시범이었는데 이 무예는 강당골에서 창립한 창시무예로서 좀더 적극적인 홍보와 시범으로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향후 저잣거리의 정기행사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제언도 있었다.
대체적으로 이번 짚풀문화제는 예년과 비교해 저잣거리라는 특화된 공간이 늘어나면서 넉넉하고 여유있게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저잣거리 활용이 숙제로 남게 됐고, 특히 외암마을과 저잣거리간 이동거리, 입장료 징수문제 등도 과제로 남았다. 저잣거리가 외암마을과 공동으로 발전하려면 연계할 것은 연계하되 각각의 특징을 살린 특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짚풀문화제 중 이쉬운 점으로는 마을내에서 유난히 차량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주정차된 차량은 물론이고 축제기간중임에도 수시로 운행하는 차량이 골몰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관광객이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잦았다. 사진을 찍을 만 하면 차량이 가리고 있어 그림이 안된다고 불평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압권은 불천위제례가 있던 날, 제례가 끝나갈 무렵 주무대에서는 과거시험 재연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제례가 끝난 후 제수음식을 싣고 나가던 차량이 민속관 안마당을 통과해 나오면서 길을 비키라고 클랙션을 누르면서 빚어졌다.
그 바람에 과거재연 행사가 잠시 중단되고 몇몇 관광객이 자량 운전자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는데 차에서 내린 이 운전자는 오히려 관광객에게 고압적으로 응대하고 후에는 행사를 진행하는 재단 관계자를 대동하고 나타나 기어코 관광객들을 헤치고 빠져나가 지탄을 받았다. 한 관광객은 “내년부터는 짚풀문화제에서 제사만 지낼 거냐?”며 “이런 식이면 다시 안 오겠다”고 불쾌함을 삭이지 못했다.
한편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한 건재고택 앞의 어린이극 공연장에서는 공연을 보거나 지나가던 관광객이 마당 끝쪽의 도랑에 빠져 부상을 당하는 일이 우려돼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주의를 줬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곳에 임시로 철판이나 널판지로 도랑을 가려 무대(마당)를 넓힐 필요가 있어 보였다.
또한 소규모 공연장 특성상 출연자들이 움직이는 무대와 관람석의 경계가 모호해 뒤섞이는 일이 잦았는데 가이드라인 등으로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외에도 관광객들이 마을 안 유실수에 열린 감이나, 모과, 고염, 대추 등 과일을 무단으로 따먹는 경우, 논의 벼 낟알, 밭의 수수 동 곡식 이삭을 단지 호기심에 따서 보고 버리는 등 비문화인의 행태를 보여 이 부분에 대한 주의를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양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