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일하자(4)
성경에 늙어서도 일하여 그 이름을 천추에 빛낸 인물이 있다. 사무엘 선지이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암흑기라 불리는 사사시대 말기에 태어나, 왕정시대 초반까지 활약하였던 인물이다. 그는 나라와 백성들의 삶이 몹시 곤궁하였던 시대를 살면서, 평생을 청빈하고 투명하게 살았다. 그래서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았던 인물이다.
그의 일생이 가장 빛 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후의 삶이 향기로웠기 때문이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한 후 고향 라마로 낙향하였다. 두메산골 고향으로 간 그는 그곳에서 여느 사람들 같았으면 장기나 뜨고 손자들 재롱이나 보며 한가로이 살았을 나이에, 가장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에 헌신하였다.
< 라마-나욧>이란 이름의 공동체를 세워 뜻 있는 젊은이들을 모았다. 그들과 함께 살면서 낮에는 노동하며 자립경제를 이루었다. 밤에는 함께 토론하며 민족의 나갈 길을 논의하고 함께 기도하며 하늘의 뜻을 물었다. 사무엘이 노후에 세운 이 공동체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가장 빼어난 인물이 다윗 왕이다. 젊은 날에 사울 왕의 미움을 받아 숨어 다녀야 하였던 다윗은 마지막에 사무엘을 찾아 왔다. 사울 왕에게 다윗을 숨겨 준 사실이 알려지면 목숨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무엘은 그런 사실을 불문하고 다윗을 <라마-나욧>에 받아들여 자신과 함께 살면서 그의 멘토가 되었다.
< 나마-나욧> 공동체에서 다윗은 사무엘이 죽을 때까지 머물렀다. 공동체 밖에서는 사울 왕이 보낸 군인들이 다윗이 밖으로 나오기만을 노리고 있었다. 사무엘의 국민적 지지와 권위 탓에 차마 공동체 안으로까지 들어가 다윗을 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사무엘이 숨을 거두게 되자 다윗은 도망하여 <아둘람 굴>이란 곳으로 숨어들었다.
다윗이 <아둘람-굴>에 숨어 있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펴져 나가자 새 시대, 새 역사를 창출하는 일에 헌신코자 하는 뜻을 품은 젊은이들이 모여 들었다. 그렇게 모인 무리가 400명에 이르렀다. 그들에게서 다윗왕국이 탄생하였다. 위대한 왕 다윗과 다윗왕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뿌리는 사무엘이 늙어서 세운 <라마-나욧> 공동체의 공로이다.
이 시대에도 사무엘 시대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 주는 자리가 필요하다. 대학이 그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교회가 그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가 그 일을 못하고 있고, 기업이 그 일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엘 같은 늙은이가 나타나야 한다. 비록 늙어서라도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나서는 늙은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