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선 시인. 문학가
초복(初伏)
곰팡이 가득 핀 빨래줄
생쥐 한 마리가
엄마의 여름 땡볕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축 처진 살구나무 그늘에 앉은
엄마는
등 굽은 팔순 나이를
나무 끝에 걸쳐놓고
젖은 빤스를 말리고 있다
노랗게 익은 살구 하나가
툭 떨어지자
늙은 누렁이에게
틀니와 함께 던져준다
합죽합죽 틀니 먹는 소리에
푹 익은 살구 하나 덤으로 떨어진다
엄마의 시원한 여름이
누렁이와 함께
서산에서 뉘엿뉘엿 시들어간다
저녁 어스름 달 서성이고
누렁이 목줄이 엄마 목에서
딸랑거린다
누렁이가 절룩절룩 엄마를 끌고
마을 산책을 나선다
짓물러 침침한 눈이 기어서 간다
뻐구기가 산들바람을 타고
뻐꾹뻐꾹 밀어준다
초복 날
엄마 빤스는
하얗게 말라 뽀송뽀송 펄럭인다
어디로 가시냐요

- 박정선 시인, 문학가
- 충남 금산 출생.
- 공주교육대학교/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2010년 『호서문학』등단.
- 현재 대전중원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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