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굴딩굴 하루 보내기

간만에 나는 하루를 여유롭게 보냈다. 좀 실감나게 표현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딩굴딩굴 하루를 보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아니하고,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않은 채로 하루를 보냈다. 아예 기도도 하지 아니하고, 성경도 읽지 않은 채로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며 다니다가 TV를 가끔 틀었다가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일광욕을 하다 하루를 보냈다.
그랬더니 저녁나절이 되니 그간에 쌓인 피로감이 가시고 일 하려는 의욕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한 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일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울적할 때에 이렇게 딩굴딩굴 놀며 며칠을 보내게 되면 다시 평상심(平常心)으로 회복된다 하였다. 몇 년 전에 들은 말을 오늘 실천하여 본 셈이다.
생각 같아서는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나 내일은 서울에 약속이 잡혀 있고 모레는 주일이어서 하는 수 없이 딩굴딩굴 시간을 보내기는 오늘 하루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본래 성경은 엿새 동안 일하고는 칠일 째는 반드시 하루를 쉬라 하였다. 성경의 안식일 법은 글자 그대로 노동에서, 사회적 책임에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완전히 쉬는 것을 강조하는 법이다.
명지대학의 김정운 교수는 노는 것을 강조하여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을 쓰기도 하였다. 김교수의 지론에 따르면 우리 한국인들은 놀 줄을 모르는 국민들이다. 그래서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놀 줄을 모르는 일벌레들이 나라를 망치게 된다는 말도 한다. 그 점은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더욱 심하다. 남들은 주일만큼은 노는 기간이나 크리스천들은 그때 자신이 속한 교회에서 섬겨야하기에 목회자들이나 교회 중진들은 일 년 365일 놀 수 있는 날이 없다시피 한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주위 사람들에게 강조한다.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일도 제대로 못한다."고 강조한다. 김정운 교수의 말과 같이 우리 사회에는 건전한 "놀이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그래서 오는 손실이 엄청나다. 그래서 오늘 하루 딩굴딩굴 놀며 보내면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