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낭비한 죄(罪) (2)

"교회 밖의 불신자들에 대하여 지혜롭게 행하시오 세월을 아끼시오“(골로새서 4장 5절)
나는 지금 76세이다. 돌이켜 보면 너무 세월을 낭비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깊어진다. 남들이 3년 하는 고등학교를 나는 5년 걸려 마쳤다. 2년 가까이 무전여행 다니느라 세월을 낭비한 탓이다. 고등학교 2학년 즈음에 공부하기가 싫어지고 산다는 것이 시들하여져, 칫솔 하나 주머니에 꽂고는 헤르만 헷세 시집 한 권 들고 무전여행을 나갔다.
일 년 반을 이곳저곳 다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동급생들은 대학 1학년이 되어 있었다. 그때서야 공부하려 책상 앞에 앉으니 도무지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이발관으로 가서 율 브리너 스타일로 백호를 치고, 의자에 앉아 견디는 습관부터 들이기 시작하였다. 처져 버린 기초학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 2학년이 중 2교과서부터 시작하여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잠 안 오는 약인 카페나를 밤마다 먹어가며 공부한 결과, 지방대학이지만 수석으로 입학하여 4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대학을 마치고는 모교에서 철학과 조교(助敎)로 있다가, 역마살 근성이 되살아나 대학을 떠나 이곳저곳, 이 일 저 일을 기웃거리며 2년을 헤매고 다니게 되었다. 그 2년 동안 쥬리아 화장품 외판원, 제일생명보험 사원, 장난감 장사, 생산성본부 책 외판원, 부산 서울 간 12열차 판매원 등을 거치며 마치 초상집 개처럼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1968년 12월 4일 밤 역사적인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이 나에게는 대전환(大轉換)의 날이었다. 나의 운명이 통째로 바뀐 날이었다. 철학에서는 그런 전환을 코페르니칸 벤둥(Copernican Vendung)이라 일컫는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는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천동설(天動說)이 상식이었는데,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地動說)을 주창하였다. 그래서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극적인 전환을 코페르니칸 벤둥이라 일컫는다.
1968년 12월 4일 밤, 신약성경 에베소서 1장을 읽는 중에 내 영혼 속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간의 방황과 고뇌의 날들이 지나가고, 감격과 확신의 날이 시작되었다. 나의 주인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온몸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에베소서 1장 7절을 접하면서 일어난 변화이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그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贖良, Redemption)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