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3)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분명한 지도자였다. 그의 과(過)에 대하여는 생략하고 그의 공(功)으로 손꼽을만한 일이라면, 산에 나무를 심은 산림녹화의 공이라 하겠다. 세계에 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헐벗은 산을 없애기 위하여 대통령이 직접 설계하고 진두지휘하여 민둥산을 푸른 삼림으로 일구어 낸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 외에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어 나라 공무원들이 연수를 받으러 오는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산을 푸르게 하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산을 활용하는 데까지는 아직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림청을 중심으로 산을 활용하는 구체 방안을 찾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산들이다. 몇 해 전 북한을 방문하였을 때 평야에서 묘향산으로 가는 길 양편의 산들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들이 연이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 아래 남루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한눈에도 힘든 사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고위층 인사와 식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민둥산 이야기를 화제에 올렸다. 산에 그렇게 나무가 없으면 조금만 가물어도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것이고, 소나기만 한 번 와도 홍수 피해를 입을 것인데 산 가꾸기가 시급한 문제일 것 같다고 말을 시작하였다. 좌중에 모인 이들은 내 말에 공감을 표하며 나무를 심으려 하나 묘목이 없다 하였다. 그래서 묘목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가적인 사업으로 묘목을 가꾸어야 하며, 산림녹화는 정부가 앞장서 조직적, 지속적으로 10년 이상의 계획을 갖고 추진하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야기하였다.
그리고는 남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나무가꾸기를 어떻게 추진하였는지 상세히 일러주었다. 그리고 산을 푸르게 하는 사업은 이데올로기 문제도 아니고 남과 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든 남북이 한마음으로 협력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남북이 힘을 합해 후손들에게 푸른 산 물려주기에 나서자고 말하였다. 좌중이 모두 공감하였기에, 두레마을은 중국과 북한에 묘목 기르는 묘목농장을 세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이 작은 단체가 나서서 하는 일이 상징적인 의미는 있겠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바라기는 하루 속히 남북관계가 좋아져, 북한의 산들도 남한의 산들처럼 푸른 산이 되게 하는 일에 남북이 힘을 모으는 날이 와야 한다.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올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