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여정, 강한 메시지 던진 핀란드 교육연수
5일간의 여정, 강한 메시지 던진 핀란드 교육연수
  • 임헌선 기자
  • 승인 2016.08.23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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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 일정 속 유‧초‧중‧고 시스템과 핀란드 문화 체험… 교육발전의 동력은 ‘신뢰’
▲ 급식실 시설전경

(핀란드=세종시 출입 기자단 공동) 핀란드는 세종 교육연수팀에게 짧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학교를 이끌어가는 교장과 교사,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행정직원 모두 아이들을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핀란드 연수 5일차이자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9일(현지 기준)을 중심으로 그간의 연수 과정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란 비전 실현까지 남은 과제를 살펴봤다.

 

한국보다 6시간 빠른 시차… 오후 6시부터 밀려오기 시작한 피로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는 시간을 제외한 5일 중 4일은 내실 있는 교육 연수를 위한 시간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현지 시각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5일간의 강행군이 지속됐다. 나머지 1일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오가는 자유시간으로 부여했다.

 

한국보다 6시간 빠른 시차 여건을 감안하면, 한국 기준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수를 받은 뒤 저녁식사를 하고 새벽 시간 대 그날의 일정에 대한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보낸 셈이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시설, 캠퍼스형 고교, 행정혁신 등 각자 맡은 분야 외 교육 시간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모든 분야가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교육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에 모두가 뜻을 같이한 것.

 

을지훈련 참여 차 연수단보다 하루 빠른 20일 귀국한 최교진 교육감도 매일 교육연수 후 밤 시간대 각 주제별 팀과 번갈아 간담회를 갖으며 민선 2기 교육 혁신 의지를 다잡았다.

 

대학 제외한 핀란드 전반 교육시스템 경험… 그 안에 자리 잡은 깊은 ‘신뢰’ 체감

 

1일차 유치원과 유치원 박물관, 국립박물관, 2일차 초등학교와 디자인 건축관, 3일차 숲 체험원과 아트센터 방문에 이어 마지막 날인 4일차에는 국제학교와 중‧고교 탐방 일정으로 진행됐다.

 

앞서 확인한 ‘평등과 다양성 존중의 가치’ 외에 핀란드 교육의 기저에 깔린 ‘신뢰’의 힘을 계속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선생님과 학생들, 학부모 3자간, 지역사회와 핀란드 교육시스템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깊은 신뢰가 핀란드를 교육 강국으로 이끌었던 것.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국 등에 비해 상당히 짧은 핀란드 아이들이 높은 창의력과 성취도를 나타내는 이유도 바로 신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네스코의 ‘배움도시’로 선정된 에스푸(Espoo) 시… 세종의 모델도시

 

에스푸시는 핀란드 인구 26만여 명의 젊은 교육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대학 이상의 학력을 소지했고, 인구의 약 20%가 15세 이하다.

 

젊은 교육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세종시와 어찌 보면 이 같은 지표에서 유사한 면을 갖고 있다. 젊은층의 지속가능한 자기계발과 참여, 어르신들의 정주여건 개선 등도 숙제로 안고 있다.

 

교육도시로서 나아가는 길목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첫 번째 국제 배움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유럽서 가장 지속가능한 발전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티나 어길라(Kristiina Erkkilä) 에스푸시 교육문화 파트 담당자는 “에스푸시는 젊고 빠르게 개발되는 도시”라며 “국제적인 파트너십과 내부 공동체 문화 강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오는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에스푸시에서 열리는 배움도시 축제는 교육도시로서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에스푸시 교육의 중심에는 3세~16세까지 교육기관인 국제학교(오핀메키, Opinmäki)가 자리잡고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등 과정의 종합학교(1~9학년)까지 1000여명의 아이들이 외국어 특화 교육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종합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은 오후4시까지 메인센터를 중심으로 자전거 또는 도보 이동이 가능한 4개의 보조센터를 오가며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코딩과 모델링, 전자기계, 로봇, 디자인, 창조적 글쓰기 등 모두 30여개에 달하는 클럽 활동 등 자기계발의 시간을 스스로 택해 움직인다.

 

지역민들은 아이들이 수업을 마친 오후 4시 이후 도서관과 회의실 등의 주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특별한 공휴일을 제외하면 연중 무휴로 운영되고, 카드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설 내 출입할 수 있다.

 

관리인을 별도로 두지 않아도 도난이나 이용자간 마찰 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 이것 역시 신뢰하는 핀란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대표적 요소다.

 

까다로운 사용 신청서 제출과 비용 지불을 전제로 두고 시설을 대여하는 세종시 등 국내 학교들과 차별화된 요소다.

 

안느 마리 라포(Anne-Marie Rapo) 교장은 “학교는 지식을 얻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정체성을 찾고 생활반경을 넓히는 중요한 장소”라며 “배움의 즐거움을 찾을 수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취도 높은 학생은 교실 밖으로… 부진한 학생들이 교실에 남는 아이러니(?)

 

부진한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벌을 받거나 수업시간에 겉도는 모습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확인할 수 있는 풍경들이다.

 

하지만 핀란드에선 정반대의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카이사 티카(Kaisa Tikka) 올라리(Olari‧1990년 설립) 중‧고교장은 “성취도 높은 학생들을 교실 안에 계속 붙잡아둘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부진한 학생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중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마치고 올라온 고등학교가 자신의 미래에 적합한 직업 선택의 장이 되도록 믿고 기다려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라리 고교 학생회장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다른 등급에 있다기보다 서로를 친구처럼 생각한다”며 “선생님들과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점을 보완 한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학교가 자랑하는 알토 대학과 연계 협력 프로그램은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우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기업들이 활용 가능한 제품을 직접 제작해보기도 한다.

 

로봇시스템 등 모두 5~6개 협력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학기당 2~3회 주기의 주간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고교 3년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유치원으로 말하면, 초등 1학년 진학 전 체험하는 프리-스쿨의 개념이라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별도의 진학 가산점 등이 없는 고교 교육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스스로 알토 대학 입학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 학교의 24년차 교사는 “알토대학과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에 대한 환상보다는 실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를 언급했다.

 

한편, 지난 19일 오후3시(현지 시각) 마지막 연수 코스로 내정됐던 알토 대학 방문 일정은 대학 사정상 성사되지 못했다.

 

5일간 핀란드서 배운 가치… 세종교육의 엄연한 현실과 만나다

 

유치원과 초‧중‧고 교장‧교사, 교육 행정‧시설‧연구팀 등 약 30명으로 구성된 세종교육 연수단은 23일 오전 세종시 교육 현장으로 다시 복귀한다. 핀란드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있는 세종교육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핀란드가 짧은 기간 던져준 ‘평등과 다양성 존중, 신뢰’의 메시지, 지역 사회 구성원이 함께 책임지는 교육 시스템의 장점을 세종에서 실행해야할 시점이 온 셈이다.

 

연수팀은 오는 2일까지 팀별 보고서를 제출한 뒤 8일 연수 보고회를 갖으며 핀란드의 여정을 최종 정리할 계획이다.

 

정광태 소통담당관은 “핀란드에서 느낀 감동과 부러움, 변화의 욕구가 머릿속 생각에 그쳐선 안 된다”며 “접목 가능한 정책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시작되는 고교평준화와 초등학교 일제 고사 폐지 등을 점진적 혁신 정책의 핵심 사례로 제시했다. 더불어 캠퍼스형 고교 도입과 혁신학교 문화 확산, 아이 중심의 학교 건축물 건립, 유아교육 혁신 등의 미래 과제 이행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핀란드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적잖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다”며 “평균 연령 31.4세의 젊은 도시 세종은 교육 자치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내심과 소신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를 하나하나 일궈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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