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불씨(2)
<종교>불씨(2)
  • 김재복 기자
  • 승인 2016.10.1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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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2)

▲ 김진홍 목사

"내가 세상에 불을 던지러 왔노니 그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더 원하리요"(누가복음 12장 49절)

 

젊은 번주 우에스기 요잔은 부임하는 가마 안에서 불꺼진 난로를 뒤적이다가 밑바닥에 불씨 하나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영감이 떠올랐다. 그리고 평생을 지켜 간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낙심하여 있는 번민들에게 희망을 심고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는 하나의 불씨가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때 난로 곁에는 숯이 있었다. 젊은 번주는 숯을 집어 불씨 위에 얹고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을 지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숯불이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숯불은 마치 요네자와 번에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듯이 힘차게 피어났다. 그런데 밖에서 가마를 메던 시종과 수행하던 신하들이 가마 안에서 후- 후- 하는 소리가 나니까 궁금하여 가마 안을 향하여 물었다.

 

"번주님, 지금 무슨 일로 안에서 후- 후- 하는 소리가 나는지요? 무슨 불편한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에 요잔은 가마를 멈추게 하고 불길이 솟고 있는 화로를 들고 나와 신하들과 시종들을 화로 주위에 모이게 하고는 말하였다.

 

"내가 어린 나이에 망해 가는 번에 번주로 부임하면서 내 마음이 처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때마침 가마 안에서 불 꺼진 채로 싸늘한 재만 남은 화로를 보고 요네자와 번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 처량한 마음으로 부젓가락으로 재를 뒤적였을 때 밑바닥에 아직 살아 있는 불씨가 남아있었습니다. 그 불씨를 본 순간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낙심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백성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망해 가는 번을 다시 일으키는 개혁의 불씨가 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내가 앞장서서 땀 흘리고 희생하고 본을 보일 테니, 여러분들 모두가 군신관계 (君臣關係)를 떠나 동지로 뭉쳐 나라를 일으키고 백성들에게 희망의 기운을 일으켜 봅시다!“

 

우에스가 요잔이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하자 신하들은 감동하였다. 어떤 신하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은 채 말하였다.

 

"번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용기가 절로 솟아납니다. 번주님께서 그러한 마음으로 앞장서 주신다면 저희는 분골쇄신 뼈가 으스러지도록 충성하겠습니다. 저희들이 백성들에게 번주님의 그런 마음을 전하여 모두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나서겠습니다."

 

이리하여 번주와 신하들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으로 개혁정치를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하게 되었다. 이때 한 신하가 나서며 요청하였다.

 

"번주님, 그 화로를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집에 가져가서 아내에게 화로를 맡기고 번 전체에 알려, 누구든지 번주님의 이러한 개혁정신에 공감하는 자는 자신의 화로를 가져와 불씨를 옮겨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우에스기 요잔은 그 화로를 신하에게 맡겨 온 나라에 개혁의 불씨가 퍼져나갈 수 있게 하였다. 번 전체에 알려 장사치든 농민이든 사무라이든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젊은 번주의 개혁정신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화로를 들고 와 온 나라 구석구석에 불씨가 퍼져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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