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의 귀천](歸天)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하나가 천상병이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마음이 맑아지고 속세의 번뇌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마음이 지치고 복잡할 때면 그의 시를 읽곤 하는데, 그의 시를 읽다보면 마음이 치유된다. 그의 시 중 특히 귀천(歸天)이 좋다.
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 때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 ·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는 이 시를 자신의 신앙심의 표현이라 하였다. 죽음을 말하면 슬프고 울적하여야 할 터인데, 이 시는 오히려 죽음으로 가는 길이 아름다운 길이라 느껴질 만큼 맑은 가락이다.
노을빛과 단둘이서 놀다가, 구름이 손짓하면 이슬과 손에 손을 잡고 하늘나라로 돌아간다는 시상을 대하면 마음이 한결 맑아지고 여유로워진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소풍 나온 것쯤으로 비유한다. 하늘나라로 돌아간다는 것은 소풍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발상이면서도 그 밑바닥엔 고난의 삶에서 승화된 깊이가 배어있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가 좋고 천상병이 좋다. 마치 형님처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