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하나님 (5)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요한복음 15장 1절)
20여 년 전 일본 농촌을 돌아보는 중에 한 마을에 갔더니 마을 전체가 쑥밭이었다. 내가 놀라고 의아하여 안내인에게 그 연유를 물었더니, 마을 전체의 주업으로 쑥을 길러 가공하고 식품으로 제조하여 고소득을 올리고 있기에 그렇다 하였다. 쑥으로 제조한 식품으로 어떤 것들이 있기에 고소득을 올리느냐 물었더니 쑥 국수, 쑥떡, 약쑥, 쑥가루 등 쑥으로 20여 가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하였다.
나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자라며 쑥밭에서 놀고 씨름하고, 쑥을 뜯어다 반찬으로 먹고 소를 먹이기도 하였다. 쑥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참쑥, 약쑥, 인진쑥, 개똥쑥 등이다. 모든 쑥이 채소로도 좋지만 좋은 약재가 된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약품이 귀할 때라 위장이 약해지면 어머니가 쑥을 뜯어 즙을 내어 먹이시곤 하였다. 개똥쑥의 경우는 북경대 약학과를 졸업한 중국의 투투란 여성학자가 졸업 후 연구소에 들어가 평생 개똥쑥을 연구하여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개똥쑥에서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치료약을 만들어낸 공로였다. 그녀의 개똥쑥 연구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며 어른들이 모기를 쫓기 위해 화톳불 위에 개똥쑥을 지피던 모습을 보았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문제는 1600년대에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개똥쑥이 말라리아에 특효라는 구절이 있다는 점이다. 허준이 그러한 기록을 남겼으니 우리나라의 학자가 노벨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중국의 여성이 받았다는 것이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낙심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아직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연구재료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다만 그런 재료들을 찾아 평생을 투자하여 연구하겠다는 열정과 끈기가 없을 따름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도록 두지 말고 이러한 연구로 방향을 바꾸도록 이끌어야 한다. 쑥 이야기가 나왔으니 단군신화를 빠뜨릴 수 없다. 단군신화에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곰이 굴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수도하고 금식한 결과 사람이 되었고, 우리민족의 조상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에는 깊이 있는 다양한 해석이 따를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쑥이 그만큼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곰이 굴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금식하며 수련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레수도원의 금식수련을 소개하고 싶다. 두레수도원에서 열리는 10일 금식수련은 첫째가 영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병이 치유되고 마음이 새로워지는 효과가 있었다. 제29회까지 실시된 두레수도원 10일 금식수련을 통하여 숱한 질환이 나은 열매가 있었다. 금식수련은 영혼과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 아래 기간에 열리는 제30회 10일 금식수련에 많은 두레가족들이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