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이르기를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이끌어 갈 정신이 있다. 그 정신을 시대정신(世界精神,Weltgeist)라 하였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체득하여 그 정신을 국민들 사이에서 펼쳐 나가는 사람이 바람직한 지도자이다’라고 하였다. 지도자는 바로 시대정신의 구현자이다.
한반도에서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신라와 고려 시대는 불도(佛徒)가 시대정신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이끌었던 시대이다. 그 시대에 세계적인 학승(學僧)들이 많이 배출 되었다. 원효, 원광, 지눌, 의천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원효 스님은 학덕이 걸출하여 해동성자(海東聖者)로 불릴 정도였다. 몇 해 전 내가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에 한 불교대학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 학교에서 원효 스님의 저서를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고 가슴이 뿌듯하였다. 우리 조상 중에 그런 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몹시 자랑스러웠다.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조에 들어가면서 유학이 그 시대의 정신세계를 이끌었다. 조선조 500년간에는 유학이 시대정신이었다. 그 시대에는 시골 마을에서까지 서당이 열려 공자와 맹자의 글을 읽었다. 조선조에서도 세계적인 유학자들을 배출하였다. 이황, 이이, 서경덕, 정약용 등이 그 시대에 배출된 유학자들이다. 특히 율곡 이이 선생은 학문의 깊이가 특출하였다. 이이 시대 독일의 철학자가 임마누엘 칸트이다. 칸트의 대표적인 저서가 순수이성비판이란 인식론을 내용으로 하는 책이다. 그런데 인식론 이론에서 칸트가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를 율곡 이이에게서 해답을 주고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의 학문의 깊이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가오는 통일한국시대에는 시대를 이끌어 갈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통일한국시대에 7천만 동포들의 영혼과 정신을 이끌어 줄 종교와 사상은 무엇일까? 바로 기독교이다. 통일한국시대 천년은 기독교가 시대정신의 대표가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우리들이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통일한국시대를 향하여 우리들이 품은 비전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교회가 이 비전을 감당하여 나갈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비록 지금은 갖추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앞으로 길러나갈 대안(代案, Alternative)을 품고 있느냐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