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이다 (4)
끈기 있는 연구 결과 오렌지가 알칼리 토양에 강한 작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높은 품질의 오렌지를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에 몰두하였다. 화학비료를 주고 농약을 치는 식으로는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오렌지를 생산할 수 없음을 알고,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오렌지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그러려면 양질의 퇴비가 생산되어야 하는데 사막에서 퇴비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끈질긴 연구와 실험 결과 1 ha(3000평) 당 젖소 70마리와 돼지 300마리에서 나오는 퇴비가 필수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 ha 당 젖소 70마리와 돼지 300마리를 사육하고, 그 부산물을 발효시켜 오렌지 밭에 뿌려 질 높은 오렌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내가 몇 해 전 유럽을 여행할 때에 과일가게에 들렀던 적이 있다. 오렌지를 사려하니 스페인산이나 프랑스산에 비해 두 배나 비싼 오렌지가 있었는데, 이스라엘산이었다. 이 오렌지는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었더니, 가게 주인이 하나 먹어 보라며 맛보기로 주기에 그 자리에서 먹어보았다. 그 맛은 보통 오렌지 맛이 아니라 꿀처럼 단맛이었다. 이스라엘 사막 땅에 내려 비치는 태양열과 퇴비로만 재배한 오렌지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고품질로 그 만큼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었다.
내가 방문한 키부츠에서 딸기 농사를 하는데 딸기를 기르는 밭이 유별났다. 그냥 밭이 아니라 마치 아파트처럼 벽에 층층이 이랑을 만들어 재배하는 방식이었다. 딸기를 왜 이렇게 재배하느냐 물은즉 3가지 이점이 있어 자신들이 발전시킨 재배방식이라 일러 주었다.
첫째는 위에서 물을 주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물을 절약할 수 있었다. 둘째는 선 자세로 일을 하니 허리가 아프지 아니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셋째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
정부와 학계와 농민이 협력하여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고 그 결과를 농가에 보급한 결과, 농업이 불가능할 것 같은 땅에서 농업자립을 이루고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면 한국농업이 부진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란 생각이 절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