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역사가 일본제국주의의 잔혹하였던 지배로부터 벗어나,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게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이다. 그전에 제헌의회가 구성되어 헌법을 만들고 나라의 기틀을 닦게 되었다. 대한민국 국회가 처음 열리게 된 날이 1948년 5월 31일이다. 일컬어 제헌의회가 열린 날이다. 그날의 첫 순서가 임시의장을 뽑는 순서였다.
임시의장으로 뽑힌 분은 이승만 박사였다. 감리교 장로였던 이 박사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정착시키려는 꿈과, 개신교의 기반 위에 나라를 세우려는 꿈이었다. 그런 꿈을 지녔던 그가 제헌의회의 임시의장으로 뽑히어 단상에 서자 먼저 한 말이 기도 드리자는 말이었다.
"동지 여러분 신생독립국가 대한민국을 허락하신 여호와 하나님께 먼저 기도 드리겠습니다. 이윤영 동지께서 단상에 올라오시어 기도드리겠습니다."
이승만 임시의장의 이 말에 서울 중구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이자 목사였던 이윤영 의원이 단상에 올라 간절한 내용의 기도를 드렸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당시 국회의원 200명 중에 제주 출신 2명은 4·3사건으로 인하여 출석하지 못하고 198명이 참석한 자리에 전원이 자발적으로 기립하여 기도에 참여하였다. 초대 국회였던지라 그 당시에는 유학자, 불제자, 사회주의자 등이 골고루 섞여 있던 때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 아무도 기도드리자는 이승만 의장의 요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스스로 기립하여 고개를 숙이고 기도에 참여하였다.
국회도서관에 가면 국회 회의록 중에서 첫 부분이 이윤영 목사의 기도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는 말로 시작되는 이윤영 목사의 기도는 그 내용이 간절하고 절실한 민족의 염원을 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뜨겁게 한다.
내가 국회도서관에서 이 기도문을 옮겨 적을 때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나라가 기독교 국가도 아님에도 이 나라의 시작이 기도로 시작 되었다는 점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이 나라는 시작 되던 때부터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시작된 것이 완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