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기쁜 성탄절의 뒤안길에서 슬픈 성탄절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웃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월호에 생때같은 아들딸들을 잃은 부모들께도 기쁜 성탄절이 될 수 있을까? 불치병을 앓으며 병상에 누워 있는 환우들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이 통할 수 있을까? 오랜 불황에서 직장을 잃어버린 가장들에게도 즐거운 성탄절이 될 수 있을까?
그들에게는 오히려 슬픈 성탄절일 것이다. 성탄절이 왔다고 흥청흥청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면 그들에게는 한 결 더 슬픈 성탄절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슬픈 마음을 어떻게 위로하며 감싸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하며, 그들의 슬픈 아픔을 어떻게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성탄절을 맞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야 한다. 그것이 성탄절의 주인 되시는 예수님이 원하시는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성탄절을 거꾸로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탄절이 오자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운 집이 술집이었고 여관이었다. 성탄절로 인하여 매상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란다. 이런 때에 교회와 교인들은 성탄절의 참 뜻을 헤아려 낮은데로,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로, 외로운 사람들에게로 다가가는 성탄절을 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성탄절 추운 밤에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관님들, 빙판길에 우편물을 나르고 있는 집배원님들, 언 손을 녹이며 뒷골목을 청소하고 있는 청소부님들, 성탄절 밤에 술 취한 사람을 싣고 가는 대리운전기사님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에게로 다가가서 그들의 수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올 성탄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동두천 수도원 둘레길에는 눈이 쌓여 온통 흰색이다. 오늘 오후 여전히 둘레길을 걸으며 슬픈 성탄절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웃들을 위하여 기도 드렸다. 성탄절의 주인 되시는 예수께서 그들에게로 다가 갈 수 있기를 기도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