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고난의 풀무에서 택하였노라
너를 고난의 풀무에서 택하였노라
〈보라 내가 너를 연단하였으나 은처럼 하지 아니하고 너를 고난의 풀무에서 택하였노라〉 (이사야 48장 10절)
내가 학생 시절부터 즐겨 읽던 시 중에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있습니다.
나이 들어 세상 풍상을 겪어 가면서 더욱 좋아하게 된 시입니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읊을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시입니다.
나이 들어가며 더욱 사랑하게 되는 구절들입니다.
시인은 가을 국화 꽃 곁에 서서
봄날의 소쩍새의 울음소리, 여름날의 먹구름 속에서의 천둥소리
그리고 늦은 가을의 무서리가 내리는 밤을 상상합니다.
젊은 날의 고난과 고뇌 속에서 철이 들어가게 된 오늘의 나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날의 그리운 사연, 아쉬웠던 사연을 딛고 일어나 보다 성숙된 마음으로 거울 앞에 앉은 누님을 생각합니다. 시인의 누님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오늘 나는 이 시를 읊으며 이사야서 48장 10절을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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