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N매거진) (25)산사를 찾아서, 금산 조계종 보석사 주변 의병승장비.
(OTN매거진) (25)산사를 찾아서, 금산 조계종 보석사 주변 의병승장비.
  • 임헌선 기자
  • 승인 2021.05.02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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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702번지, 의병승장비(義兵僧將碑, 충남 문화재자료 23호)가 있는 곳이다. 영규 대사를 기려 1840년에 세워진 이 비석에 의병승장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빗돌 앞면에 '義兵僧將' 네 글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의병승장비는 보석사 일주문 바로 안에 있다. 일주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이내 의병승장비가 나오고, 비석 오른쪽부터 줄곧 이어지는 우람한 나무들 사잇길을 계속 걸으면 천연기념물 365호 은행나무 있다. 보석사의 후문이자 샛문은 은행나무 오른쪽 도랑 위로 걸쳐진 나무다리 끝에 걸려 있다.

보석사(寶石寺), 사찰명 자체도 특이하다. 886년(헌강왕 12) 무렵 조구대사가 절을 창건할 때 절 앞 금광에서 채굴한 금으로 불상을 조성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절 이름 보석사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전성기 경주 시내에는 서른다섯 채의 금을 입힌 집이 있었다'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뜻이다. 그중 한 채가 김유신의 집 재매정댁(경주시 교동 98-7)이었다.

조구대사가 보석사를 세운 886년은 삼국통일 이래 신라가 번성을 구가하던 마지막 무렵이었다. 886년은 신라가 서서히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한 36대 혜공왕 재위 기간(765∼780)보다도 훨씬 늦은 49대 헌강왕(875∼886) 12년으로, 처용이 나타난 879년보다 7년 뒤이다. 처용은 동해 용왕의 아들이다. 나라가 어수선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법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처용의 얼굴이 그려진 부적을 대문과 방문 위에 붙여둠으로써 질병과 화재가 예방되기를 빌었던 것이다.

조구대사가 보석사 앞산에서 금을 캔 때는 대략 그 무렵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아주 아득한 옛날 일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석동리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세워둔 '우리 마을 도랑 살리기' 안내판의 첫 문장을 '물고기가 돌아오는 도랑, 행복한 석동2구 마을'이라 적을 수 있었다. 한창 채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광산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물이 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석사 의선각 영규 대사는 보석사 의선각에 머물면서 수도 생활을 하였다. 금산전투에서 조헌 의병장 등 의병과 의승군들이 전사할 때 중상을 입은 영규대사는 보석사 일주문 옆까지 간신히 돌아와 그곳에서 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운명 장소로 믿어지는 자리에는 대사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일주문을 지나 의병승장비 앞으로 간다. 비각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의 글을 읽는다.

'의병 승장으로 금산전투에서 중봉 조헌과 함께 순절한 기허당 영규대사의 순절 사적비(史蹟碑)로서 1840년(헌종 6)에 보석사 입구에 건립되었다. 비문을 지은 이는 우의정 조인영이며, 금산군수 조취영이 글씨를 썼고, 비는 비각 안에 있다. 비의 앞면에는 큰 글자로 '義兵僧將'이 새겨져 있으나 자획(字劃)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이다. 왼쪽 면에는 창건화주(創建化主) 낙봉대인(樂峯大仁) 등 건립 당시의 관계 인물의 이름을, 오른쪽 면에는 앞면의 '義兵僧將'을 창녕위 김병주가 썼음을 기록하였다. 1940년 일본 경찰이 비각을 헐고 자획을 훼손하여 땅에 묻었던 것을 광복 후에 다시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요약하면, 영규 대사는 승병장으로서 금산 전투에서 조헌 의병장과 함께 순절하였으며, 비석은 1840년에 세웠는데, 앞면에 새겨져 있는 '義兵僧將' 네 글자가 심하게 훼손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경찰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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