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광야(曠野)
이육사의 광야(曠野)
수안보 온천은 산이 많은 충북에서도 첩첩이 뻗어있는 산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내다보노라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어지는 산들을 보며 일제 감옥에서 41세로 숨을 거둔 이육사의 유고 시 광야를 읊조립니다.
〈광야(曠野)〉
이육사(李陸史)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스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참아 이곳을 범하든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
우리 겨레는 이육사가 꿈에도 부르짖었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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