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974)
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974)
  • 김정숙 기자
  • 승인 2023.04.18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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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이끌어 준 10 가지 말씀(7) 

내 삶을 이끌어 준 10 가지 말씀(7) 

내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책을 가지고 다니는 엿장수에게 〈그가 그 책을 읽을 리는 없을 테고 책이 예쁘니까 엿 상자 위에 둔 게로구나.〉 하는 짐작으로 그에게 그 책을 나에게 주라 하였더니 그가 놀라는 눈으로 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이 책이 하이데거의 책인 줄을 어떻게 아세요?〉 하기에 내가 더 놀랐습니다.

내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이 책이 하이데거 책인 줄 알고 갖고 다니시는 거요?〉

이래서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놀라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가 자기 소개를 하기를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시내 여자 고등학교에서 독일어 선생으로 있다가 여학생들이 독일어에 흥미가 있을 리 없기에 떠들고 산만하니까 따분한 생각이 들어 그만 두어 버리고 자신은 부모 유산도 있고 하여 세상 체험 쌓으려고 이러고 다닌다 하였습니다.

우리 둘은 의기투합하여 손수레도 아이스케키 통도 그 자리에 두어 버리고 막걸리 대폿집을 찾았습니다. 막걸리 한 잔을 들면서 그가 진지한 어투로 말했습니다.

〈나에게 내가 살아가야 할 의미를 일러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평생의 머슴 노릇 하겠수다.〉
〈형씨 말이 바로 내 말이요. 나도 지방 대학 철학과 조교 자리를 버리고 무언가 내 인생을 통째로 던질 수 있는 것을 위해 지금 이러고 있수다.〉

그때 나눈 대화는 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화두(話頭)가 되었습니다. 여름이 지나니 아이스케키 장사를 접고 쥬리아 화장품 회사에 들어가 화장품 외판원을 하다 마치 초상집 개처럼 쏘다니다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하루는 내가 내 정신이 아니다, 정신질환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당시에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청량리 뇌병원의 최신해 박사였습니다.

어렵사리 최신해 박사께 특진을 받게 되어 내가 정신병인 것 같아 박사님을 찾아왔노라고 여쭈었더니 이것저것 30분이 지나도록 물었습니다. 박사께서 결론으로 일러 주기를 〈자네는 정신병이 아닐세. 정상적인 사람이네.〉하기에 내가 의아하여 〈박사님, 제가 정신병인 줄을 알고 왔는데 아니라니요?〉하였더니 최 박사께서 확실하게 일러 주었습니다.

〈자기 입으로 정신병이란 사람은 다 정상인 사람이네. 자기가 정신병이 아니란 사람들이 정신병자인 거네.〉

이렇게 일러 주기에 나는 병원을 나오면서 혼자 투덜거렸습니다. 〈이름만 났지 돌팔이 아냐?〉
〈본인이 정신병이라는데 아니라 하니 돌팔이 의사인 게지.〉 투덜거리며 병원을 떠났습니다. 그 후 몇 달을 더 서울서 떠돌다 대구로 내려 왔습니다. 그런 세월이 2년이 지난 1968년 12월 4일 밤에 나에게 방황의 세월이 끝나고 내 영혼에 햇볕 드는 날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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