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마침내 (1)
<종교칼럼>마침내 (1)
  • 김재복 기자
  • 승인 2016.09.05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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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목사의 아침묵상에서

마침내 (1)

▲ 김진홍 목사

"아브라함이 . . . 모든 소유와 얻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갔더라"(창세기 12장 5절)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조상 때부터 터를 잡고 살던 하란 땅을 떠난 것은 그의 나이 75세 때였다. 남들 같으면 은퇴할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창세기 12장에 이르기를 그가 하란 땅을 떠나 ‘마침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갔다고 하였다. ‘마침내’란 단어가 의미있는 말이다. 그 간단한 단어 한 마디가 하란에서 출발하여 가나안으로 들어가기까지 아브라함과 그의 일행이 겪었던 고난의 행군을 일러 준다.

 

‘마침내’란 말 속에 그들이 겪었던 고생길이 들어있다. 길 없는 사막에 길을 만들어가며 산 넘고 강을 건너, 낮의 더위와 밤의 추위를 견디고 강도와 짐승들의 위험을 극복해가며 ‘마침내’ 목표에 이르게 된 과정을 일러준다. 아브라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들 역시 신앙생활의 여정이 ‘마침내’이다. 나는 인생 한 평생을 지뢰밭을 건너는 데에 비유한다. 도처에 자신이 예상치 못한 지뢰가 묻혀 있다. 한 번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이다. 젊은 날 꿈을 꾸며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하여 달린다. 도처에 부딪히는 함정을 극복하고 산전수전 겪으며 어려움을 극복해나가 ‘마침내’ 꿈꾸던 자리에 이르게 된다. 나는 지금 나이 76세이다. 이 나이에 이르도록 용케도 지뢰밭을 넘어왔다는 감동이 있다. 그야말로 바울이 말한대로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 실감난다. 하나님께서 나의 삶을 ‘마침내’ 이 자리에 이르도록 인도하셨음을 고백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나를 사기꾼이라 하고 어떤 이들은 성자(聖者)라 한다. 그래서 내게 "목사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이 사기꾼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성자라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은 사람까지 있었다. 내가 답하기를 “나는 성자가 될 만큼 거룩하지도 못하고 사기꾼이 될 만큼 타락하지도 못한 사람입니다. 성자와 사기꾼 사이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지요.” 하고 답한 적이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성자가 되어야지 하는 꿈을 꾸면서도 바닥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처지라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로마서 7장 24절과 25절에 기록된 사도 바울의 자기 고백을 좋아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로마서 7장 24절)

 

바울의 자기절망을 쓴 글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바울이 신앙생활 초기에 쓴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갖 이적을 행하며 천하에 신앙의 거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후기에 쓴 글이다. 바울 자신은 자신이 인간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대책 없는 절망적인 사람이라고 탄식했다. 바울의 고백이 여기에서 끝났더라면 우리들도 희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 다음에 바울의 고백이 다시 있기에 복음이 우리들에게 희망의 복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로마서 7장 25절)

 

바울이 자신을 내려다 볼 때는 좌절이요 절망이었는데, 예수님을 바라볼 때 감사가 우러났다. 오늘 우리들에게 예수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우리는 한 평생 살아가는 동안 이런 꼴 저런 꼴, 이런 아픔 저런 아픔을 겪게 되지만 예수 안에서 ‘마침내’ 안식과 평화의 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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