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조용히 살고 싶다
나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를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하기 싫고 사는 것이 따분하기만 하여 2년 가까이 무전여행(無錢旅行)을 다니면서 칫솔 하나에 헤르만 헤세 시집 한 권을 들고 다니곤 하였다. 헤세가 남긴 글 중 오늘같이 비 오는 가을 날 읽기에 적합한 글이 있다. ‘조용히 살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소원이 하나 있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일절 의지하지 아니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사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금 긴 도보여행을 하고, 넋을 잃고 구름과 바다를 바라보다,
이따금 당구를 즐기며, 이 소란스럽고 기만에 넘치는 오늘날의 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리라.
그리고 뜨거운 태양의 나라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소박한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나이 들어가며 ‘조용히 살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오늘같이 비 오는 가을날 그런 마음이 깊어진다. 번잡하고 소란한 현장에서 벗어나 홀로 조용한 가운데 고독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어진다. 다시 헤르만 헤세의 글 중 ‘고독하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읽어보자.
고독하라
고독하라.
화려한 거리에서 나와 혼자가 돼라.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함
달콤한 유혹에서 멀리 떨어져
내 모습을 찾아라.
부모에게서도 당연히 멀리 떨어져야 한다.
지금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말해두겠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는 걸
진정으로 고독해지는 그 순간,
처음으로 내 운명이 빛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겨우 발견하게 된다.
비로소 나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된다.
그렇게 진정한 어른이 된다.